논설ㆍ기고

조쉐프의 음식 기행 ‘섬진강을 따라가며 맛보기4’

"섬진강의 영국신사 은어"

작성일 : 2017-03-14 17:00 기자 : 이민수

조우현 쉐프

조우현 쉐프(음식기행 글쓴이)

-조리기능장

-요리 국가대표팀 감독

-플로라 오너 쉐프

-서울 종합예술실용학교 석좌교수

 

 

섬진강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산물중 하나가 바로 은어가 아닐까 싶다. 섬진강은 수원에서부터 바다에 이르는 하동, 광양 지역에 이르기 까지 그야말로 물이 맑고 청정자연지역이라는 특징답게 민물고기 역시 거기에 걸 맞는 은어의 산지로 유명하다.

 

은어는 세계적으로도 극동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민물고기이면서 바다를 오가고 또 회로 먹어도 탈이 없는 몇 안되는 어종이기도 하다.

 

은어는 성어가 되어도 30cm 내외로 자라는데 하천에서 잡히는 정도는 대부분 20cm 내외의 몸길이에 가늘고 긴 형태에 약간 납작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흔히 은어의 맛을 수박향기에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만큼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기 때문에 은어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닐까 싶다.

 

과거 나라에 난이 일어났을 때 임금님이 시장 하시던 차 드신 바다의 이란 고기가 너무 맛나게 느껴져서 은어란 이름을 하사하셨다가 환궁 후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드시곤 이전과 같지 않은 맛에 실망하시고 은어란 이름을 취소하고, 다시 이라고 하라 해서 도루묵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 그 맛이 민물고기답지 않게 좋아서 은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신빙성이 있는 듯하다.

 

은어는 연어와 마찬가지로 치어상태에서는 강 하구 가까운 바다에서 월동이 끝나면 강 상류로 올라가 자갈이 많고 여울지는 다소 물살이 센 곳에다 산란을 하게 되며 산란 후 암컷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은어를 섬진강의 영구신사라고 표현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생김을 보면 누구나 반할정도로 날렵하고 예쁘게 생긴 은어가 의외로 까칠한 성격이며 매우 배타적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언하고 이민자유입을 반대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은어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은어는 자기 영역을 형성하면서 사는 어종이며 자신의 영역에 다른 물고기가 들어오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때문에 은어를 낚을 때는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따로 미끼를 쓰지 않고 은어 한 마리를 잡아서 실로 묶고 주위에 낚시 바늘을 여러 개 달아서 여울이 있는 물속에 끌고 다니면 그 지역에 있던 다른 연어가 미끼연어가 들어오지 못하게 몸싸움을 하다가 낚시 바늘에 걸려 올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도 섬진강에서 맨 처음 은어를 맛본 순간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낚시하시던 분이 대충 막 썰어서 주셨는데도 비린내보다는 수박향이 온 입안에 퍼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은어도 양식이 가능해져서 과거보다는 좀 싼값에 수월하게 먹을 수는 있지만 자연산밖에 없던 시절에는 매우 고가의 물고기였다.

 

내 경험으로 민물고기를 맛보고 감탄사를 질렀던 적이 두 번이었는데 그 한번이 섬진강 은어였으며 두 번째가 백두산에서 맛본 산천어였는데, 물론 두 번다 자연산이었다.

 

보통 은어는 1년생 어류인데 드물게 2년 정도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하며, 이를 경남 하동지역에서는 도살이라고 불렀다.

 

은어를 이용한 음식은 역시 섬진강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달했다고 볼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은어 회와 은어구이, 그리고 은어 조림, 그리고 특이한 음식은 은어 죽과 은어를 쌀과 함께 밥을 짓는 은어 밥이 별미중의 별미이다. 은어는 원기를 북돋워주고 폐를 보호한다고 하여 밥을 지어 먹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보통의 민물고기는 내장을 모두 제거하고 요리를 하는데 은어는 보통 내장을 함께 요리한다. 이는 은어내장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기 때문이면서 비타민함유가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은어는 물이 탁하면 살지 못하고 죽어버리며, 바다에서는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며 강에서도 돌에 낀 이끼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가지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간혹 양식 은어에서 관리소홀로 여타의 화학약품이나 기름 냄새가 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으며 날로 먹을 경우 아무래도 자연산과 양식의 맛이 차이가 날수도 있음을 유념해 주시라는 것이다.

자료사진-구례군 섬진강

온 세상을 아릿하게 현기증을 느끼듯이 노오란 산수유가 지리산 가를 한바탕 어지럽히고 나면 이제 벚꽃이 피고 또 남쪽바다에서 강을 따라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을 따라 바다에서 월동을 끝낸 은어가 서서히 섬진강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은어는 여름철이 가장 맛있는 시기라고 한다.

 

올 여름에는 바다 끝에서부터 섬진강을 타고 오르며 시원한 강바람 그리고 지리산의 맑은 정기를 온몸에 휘어 감고 은어 회에 은어 밥으로 원기를 보충하고 입맛도 돋우면 후회없는 여름여행으로 즐거움이 더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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