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ㆍ기고

[칼럼] 선농대제의 역사와 미래

앞으로 선농대제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

작성일 : 2018-06-04 10:45 기자 : 이민수

선농단 김혜리 관장

지난 4월, 2018년의 선농대제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고대 삼국시대에 기원하여 고려조선 왕의 제사로서 전승되어온 선농대제는 오늘날 지역주민이 기억하고 사랑하는 전통이자 축제로 자리 잡았다.

 

선농대제의 기원은 고대 삼국시대에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 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선농대제는, 국가 경제에 있어 농업이 갖는 비중이 커질수록 더욱 중요하게 여겨졌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표어에 걸맞은 농경국가였던 고려조선시대에 이르자 선농대제는 왕이 직접 주관하는 국가의례로서의 격을 갖추게 되었다.

 

왕이 주관하는 선농대제는 크게 풍성한 수확과 국가의 안녕을 기리는 제례의식과 왕이 직접 밭을 갈며 농경의 모범을 보이는 친경례, 그리고 백성과 더불어 음식을 나누고 다채로운 연희를 선보이는 부대행사로 구성되었다.

 

대부분의 백성이 농사를 생업으로 삼았던 당시, 왕이 직접 제사를 올리고, 밭을 갈며, 큰 잔치를 벌였던 선농대제는 백성에게 있어 매우 감동스러운 경험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말하자면, 왕이 백성의 고충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선농대제의 전통은 국가와 왕실의 중요한 소임으로 여겨졌고, 근현대 대한제국 시기까지 이어져왔다.

 

하지만 선농대제는 일제에 의한 국권침탈이 본격화된 이후 그 명맥이 끊어졌다가, 선농대제가 극적으로 복원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은 선농단 인근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1979년 지역의 뜻있는 분들이 마음을 모아 선농단 친목회를 구성하였고, 지역의 전통문화를 되살린다는 취지하에 기금을 조성해 민간의 기제형식으로 매년 제향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역시 선농대제 복원의 호재로 작용하였다.

 

당시 서울시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정책방향을 각 지역구에 시달하였고, 동대문구는 이에 호응하여 지역의 문화유산인 선농대제와 선농단을 정비, 복원하기 위해 지원하였다.

 

이에 1992년부터는 국가의례의 규모와 형식을 다시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지역주민과 행정부의 노력은 2001년 선농단이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적 제436호로 지정된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오늘날, 선농대제는 전통적인 원형만을 고수하지 않고, 어린이어가행렬, 설렁탕요리대회등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병행함으로써 그 가치와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는 살아있고 소통하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으로서의 긍정적인 변화이다.

 

전통문화 원형으로서의 전통 의례가 현대적인 재해석을 거쳐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브랜드로 거듭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선농대제 역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전문적인 기획을 통해 전통의 가치를 보존하고 동시에 확산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기점이다. 앞으로 선농대제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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